세련되게 리모델링한 인테리어, 센스있는 소품들, 새로 장만한 가구들, 말끔하게 정돈된 구석 구석...

 

“너무 예쁘다” “이거 얼마 들었어요?” “어디서 했어요?” “센스있네” 질문과 찬사가 쏟아진다. 며칠 동안 쓸고 닦고 사들이고 채워 넣은 결과가 만족스럽다.

 

그러나 복음 들고 이 마을, 저 마을 떠돌이 생활을 한 지 수년 차 바울에게는 내세울 게 없다. 자랑할게 없다. 십자가 외에는... 꺼내 보여 줄 세간 살이가 없었다. 

 

“그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더 이상 세상의 것들이 내게 자랑거리가 되지 못함이라)” (갈6:14)

 

나의 어떠함을 말해주는 인테리어와 장식품들이 십자가에 못 박혔다. 나 또한 그것들에 대하여 죽었다. 아무것도 자랑할 게 없어져 버렸다. 

 

자랑할 게 없어진 심령에 찾아오는 완전한 평화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하나님과「완전히 일치되어 다스려진」그리스도의 마음에는 「완전한 평화」가 있었다 예수께서는 칭찬을 받음으로 「의기양양」하시거나 비난이나 실망으로 인하여 「의기소침」해지는 일도 결코 없으셨다” (DA330)

 

십자가에 못 박힌 자아, 하나님과 완전히 일치되어 다스려진 심령을 완전한 평화가 점령한다.

 

그 심령은 흔들리지 않는다. 비난을 받아도 낙심하지 않고 칭찬을 받아도 우쭐하지 않는다. 그 심령에는 상처받아 의기소침할 자아도 칭찬받아 의기양양해지는 자아도 없기 때문이다. 

 

“예뻐요” “어디서 했어요.” “모던하고 깔끔하네요” 이 말들을 그토록 듣고 싶어서 우리는 얼마나 「불안한 조바심」 가운데서 자아를 꾸며왔는가?

 

“불안이 일어나는 것은 자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상동)

 

불안이 일어나는 것은 자랑할게 많기 때문이다. 조바심이 나는 것도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그러다가 상처를 받는 것도 애지중지 가꿔온 마음의 세간살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세간살이들을 처분하라. 나의 어떠함을 보여주던, 나의 이름을 빛내주던 인테리어들을 걷어내라. 걷어낸 그 자리에 거친 십자가를 꼽으라. 

 

그 십자가는 정복의 깃발, 평생동안 나를 괴롭히던 자아를  몰아내는 정복의 깃발,  

 

화려하게 단장했으나 그것을 잃어버릴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자존심, 멋지게 쌓아올렸으나 그것이 무너질까 노심초사하는 자아, 잘 꾸며진 만큼 쉽게 상처받는 마음, 사람의 인정을 받으려고 초조한 자의식, 스스로 만족하며 우쭐한 자부심...

 

이것들을 정복하는 정복의 십자가  

 

그 십자가만 자랑하라. 

그러나 부득이하게 내게 자랑할게 있다면 "나의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 (고후11:30)

 

썩어없어질 재료로 단장한 불안한 인테리어, 낡고 닳아 고물이 될 가구들로 채워진 연약한 내 실체를 내세워서 십자가를 돋보이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