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십자가
1987년 이른 봄, 어느 날 나는 내 개인 기도실에서 이사야 53장을 읽고 있었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사 53:5).
말씀을 읽고 있던 내 눈이 이사야 53장 5절에서 멈추었다. ‘우리’라는 말을 ‘나’라는 말로 바꾸어 읽으면서 읽고 또 읽고 반복해서 읽는 동안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성경책을 적시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성경을 읽을 수가 없었다. 냉랭하고 어둡던 내 가슴속에 하늘로부터 빛나고 영광스러운 사닥다리가 내려오는 것을 믿음의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되었다. 홀로 십자가 고난을 당하시는 주님은 나의 죽음을 당하고 계셨다. 그 순간 죄로 인하여 굳게 닫혀졌던 마음에 하늘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빛나는 사닥다리이신 예수님은 나의 영원한 생명의 주인으로 내 마음 중심에 자리 잡고 계셨다.
“부요한 자로서 너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심은 그의 가난함을 인하여 너희로 부요하게 하려 함이라” (고후 8:9).
바울이 말하는 그 부요함 즉, 하늘의 모든 부가 나의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평화와 기쁨과 감사와 희망으로 나의 온 영혼이 화답하고 있었다.
나는 그날 해가 지도록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은혜를 소멸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영광스러운 빛!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 십자가상의 예수그리스도! 야곱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사닥다리는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임재를 느꼈듯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하나님의 용서와 구원의 은혜가 나의 영혼을 감싸고 있었다.
나의 이기적인 자아가 비로소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고 내 마음은 그분에게로 이끌렸다. 나의 생각 속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의 삶을 하나님께 드리는 헌신의 기도가 마음에서부터 흘러나왔다. 나의 온 마음은 주님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분의 뜻에 순종하고 싶은 열망이 일어났다.
벧엘수양원의 ‘벧엘’은 이렇게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벧엘수양원은 나의 구원의 기념비로 세워진 하나님의 집이다. 그리고 벧엘수양원은 주님의 사랑과 약속을 믿음으로 붙잡고 새롭게 시작된 나의 삶의 현장이 되었다. 그리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영혼을 구원하는 복음의 산실이 되어 구원의 기별, 치유의 기별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