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토 피
저는 벧엘수양원에 오기 전 아토피가 너무 심한 상태였습니다. 햇수로 3년 정도 절 괴롭혔던 아토피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도가 더 심해졌습니다. 유명하다는 피부과를 전전하고 나중엔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처방 해 준 약을 먹고 주사를 맞으면 며칠 동안 증세가 호전되는듯 하다가 속이 아프고 힘이 들어 약을 중단하면 다시 일어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습니다. 심할 때는 얼굴과 귀, 머릿속, 몸 전체에 종기가 돋아나고 가려움을 참지 못해 긁기 시작하면 딱지가 떨어지면서 진물이 흐르고 귀는 진물에 붙어있다가 아침에 겨우 물로 떼어 내면 계속하여 피가 나고... 원래 피부과 약은 먹으면 졸리고 계속 잠을 재우는 약인데 밤이면 긁어대느라고 잠을 이룰 수가 없고, 이불과 패드, 베개엔 온통 핏자국 투성이고,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이 진물과의 싸움은 정말 나를 지치게 했습니다. 병원을 열심히 다녀 증세가 호전되는 듯 해서 파마나 염색이라도 한 날이면 머릿속은 벌에 쏘인 것처럼 부풀어 오르고 눈이 튀어나오고 얼굴은 출산한 여자처럼 붓고, 가려워 보는 사람마다 놀라며 의사조차 놀라서 절대 파마나 염색을 못하게 했지만, 하지 않는다고 증세가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3년을 피부약을 먹은 결과, 몸은 항상 부어 있었고, 그 부기를 빼 보겠다고 또 다른 약을 복용하면서 나의 삶의 질은 현저히 떨어지고 우울증까지 오게 되고 매일 살기 싫다며 남편에게 짜증과 신경질의 쓰레기를 쏟아내며 살고 있을 때, 벧엘수양원에서 치료된 교회 형제님의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형제님은 전립선암 말기였는데 이곳에서 한 달 동안 있으면서 영육간에 강건하여졌다는 이야기를 제 남동생이 전해 주며 누나도 가면 나을거라고 하도 강권하여 오게 되었습니다.
마음 한편에선 아토피는 세균성 질환인데 항생제를 먹어야지 식단이 바뀐다고 낫겠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곳에 오면 세상과 단절 되어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고등학교 때 다니던 학교가 기독교 재단이라 예수님을 알게 됐지만, 믿지 않는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지 못했고, 사회 사람과 어울리고 그 세계에 빠져 살면서도 한편에선 항상 주님에게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언젠가는 주님이 저를 온전히 받으실 거라는 막연한 믿음은 있었지만 여전히 세상은 달콤했고, 그것을 포기하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아침 저녁 강의에 때로는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원장님의 인도에 따라 이곳에서 말씀을 참 많이 붙들었습니다. 요한복음 14장 13, 14절에 “너희가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내가 시행하리니 이는 아버지로 하여금 아들을 인하여 영광을 얻으시게 하려 함이라 내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내게 구하면 내가 시행하리라”는 말씀이 와 닿았습니다.
세속적인 것들을 끝내는 일, 나의 몸에 생긴 이 악성 아토피, 어떤 것은 안 되고 어떤 것은 되는 게 아니라 무엇이든지 내게 구하면 이루어 주신다는 이 말씀에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회개란 잘못된 길에서 돌이키는 것이라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이 몸의 질병도 내가 잘못 살고 잘못 먹은 결과이며, 주님을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올 당시는 얼마나 부어있었는지 이틀 사이에 몸무게가 3kg이나 늘고 부엉이처럼 퉁퉁 부어 사람인지 짐승인지 구별도 안되었었습니다. 그러나 온 지 20여일, 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아토피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말 깨끗하게 나았습니다. 체중도 정상으로 돌아왔구요.
항상 손이 머리 아니면 등, 다리, 팔에 가 긁어대고 있었는데 긁다긁다 어느 날엔 이 손가락만 아니면 상처도 덜 할 텐데 하는 생각에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어느 순간에 보니 머릿속도 얼굴도 등도 몸 어디도 가렵지가 않았습니다. 원장님과 면담하고 하루 금식, 열흘 과일식, 그리고 보식을 일주일 했습니다. 원장님이 늘 말씀하시던 맑은 공기, 햇빛, 적당한 운동, 그 무엇보다 중요한 주님과의 만남, 이것은 복음이었습니다. 우리가 ‘복음’이라고 할 때 그 말은 ‘복된 소식’임을 압니다. 주님이 우리를 위해 우리 죄를 대속하시고 새 생명을 주신 영적 복음과 육신의 질병에서 해방되는 육신의 복음이 이곳 수양원에 있음을 주께 감사드립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아토피는 가벼운 질병이고 쉽게 고쳐지는 병이라고 할 때, 손톱 밑에 가시가 박힌 고통은 본인 외엔 그 아픔을 모르듯 이 피부병을 3년이나 앓아 온 저로서는 그 반복되던 피딱지와 진물과 가려움의 고통을 다시는 앓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다시는...
또 한 가지 제가 깨달은 것은 병의 중함과 경함은 하나님한테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다만 우리가 주님께서 고쳐주실 것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 그분을 전적으로 의지하느냐 의지하지 않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원장님의 말씀도 매번 그것을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계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하동 시내 한복집에 갔었는데 한복집 집사님이 원장님 말씀을 하시면서, 원장님은 옛날부터 성경책만 파더니 하늘에 속한 영역에서 그분의 사역으로 주님께 쓰임 받아 많은 영혼을 구원하는데, 자신은 땅에 것만 팠더니 지금도 땅에 속한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때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이 동산에 주님이 머무시고, 많은 환우를 치료하시며 많은 영혼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늘 함께 하길 기도드리며, 깊은 애정과 사랑으로 주님을 사랑하시며 사람을 사랑하시는 원장님께 감사드리며 간증을 마칩니다.